2010년 5월 7일 금요일

내가 해봐서 안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일과 직업이 있습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은, 글을 읽을 줄 아는 순간부터 뇌에 박히도록 봐온 말이지요.

세상에 어떤 직업도 쉬운 것은 없을 것 입니다.

심지어는 가만히 쉬고 있는 것도 그다지 쉽지만은 않을 테니까요.



몇달 전, 어떤 높은 분께서 '내가 해봐서 잘 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더군요.

그분께서 많은 일을 해 오셨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면 대부분이 싫든 좋든 알 수 밖에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이 그분께서 그 '많은' 일을 해 보셨던 때와 같은 세상이던가요.

어제의 진실이 오늘에는 거짓이 되고, 또 오늘의 거짓은 내일이면 진실이 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는데요.



저희끼리 '후안'이라 부르는 나이 지긋하신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같이 있는 후배 外科醫師들에게 환자 진료에 있어, 최신의 지견보다는 당신께서 수련 받았던 30여년 전 방법으로 임하라 하셨다더군요.

그 말을 듣고, 저는 역시 '후안' 선생이구나라고 탄식하였습니다.

'후안'이라고 하고 해서, 괜히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사람으로 오해 마시길 바랍니다.

그분은 어엿한 大韓民國의 국민이십니다.



그 '후안'은 'Juan'이 아닌 '厚顔無恥'의 약자랍니다.



뭐, 實驗하는 것과 論文 보는 것을 빼곤, 환자 진료에 대해서는 거의 까막눈이 되어버린 제가 그분의 태도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이 우습다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醫學界에서 그러한 자세를 지니고 지금껏 계셨다는 것이 좀 당황스럽기는 합니다.


醫學에서 經驗이 중요함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저도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經驗과 知識의 習得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醫學이 아닐까요? 저는 醫師들이 보수적인 집단이라 여겨지는 것이 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젊은 醫師는 자기 나이 또래의 친구들이 하는 취업이나 승진에 대한 걱정을 그들 수준으로 한다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에 비해 훨씬 많이 벌지도 못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굉장한 勞動 强度에 시달리고 있지요. 훨씬이 아니라 좀 많이 번다고만 해도 좋겠습니다만, 제가 아는 臨床하는 동료들은 그렇게 잘 버는 것 같지 않습니다. 대신 몇몇의 특별한 醫師선생님들 께서는 많은 돈을 벌고 계시겠죠. 그분들이 전체 醫師 社會를 대변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뭐, 基礎醫學을 하는 저의 income은 겸손하다 못해 보잘 것 없기까지 할 때도 많습니다. 많은 저의 基礎 동료들도 그러하구요.

하지만, 사회에서 제 동료들에 대해 색안경을 낀 자세로 바라 보는 것은 좀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후안'선생과 같은 분께서 계속 그런 주장을 거듭하시는 것이 현실이라면 醫師들이 보수적이 아니라, 수구꼴통이란 말을 들어도 싸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經驗'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지금의 흐름과 經驗을 잘 조화시키는 그런 醫師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어째 글이 醫科大學 新聞에 기고하는 풍의 글이 되었네요.


제 생각이 그냥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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