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등학교 및 대학 선배들과 만나게 되었다.
당연히 내가 가장 막내... 또 당연히(?) 나 빼곤 모두 임상의사... (내과3 + 가정의학1)
삶에 여유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제적인 것에 그다지 휘둘리지 않고, 시간에도 많이 구애받지 않는 듯한 모습... 그리고 진정한 전문직의 모습도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아주 반가웠던 것은 사실... 하지만 내 자신이 때론 너무 작게 느껴졌다. 이제 그들과 이야기를 해도 공통의 화제를 찾기 힘드니...
기초를 택한 것도 내가 한 것이고, 주위의 만류를 뿌리친 것도 내가 한 것이라는 것 빼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과연 그들을 부러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이름처럼 '씁쓸한' 하루였다.
사실 한 번도 내 아버지가 부자가 아님을 아쉬운 적은 없었다. 또한 내가 기초의학을 선택한 것도, 보낸 시간도 후회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자신보다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내가 임상을 전공해서 훨씬 많은 월급을 받는다면, 내 아내는 애들을 두고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아이들도 엄마와 늘 같이 있을 수 있을 것이며, 앞으로 소위 말하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도 손주들 돌보시느라 고생을 하지 않으셔도 되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내가 너무 불행해 질 것 같다.
과연 나는 이 길을 가면서 성공할 수 있을까?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는 점은 잘 알지만, 내가 우리 선생님처럼 잘 할 수 있을지 늘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정말 이 시간에도 삶의 무게에 힘들어 하는 분들을 생각할 때, 또 나보다 훨씬 능력이 있지만,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에 처한 수많은 전세계의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나는 매우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등..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도 분명 나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들의 희생 아닌 희생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은 내가 정말 열심히 해 '성공'이란 것을 해서 그들에게 그 열매를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비록 그들이 직접적으로 나에게 해 준것은 없다지만, 그들이 희생한 기회비용으로 내가 이만큼 온 것이 아닐까?
닥치고 열중해서 죽을 힘을 다해서 뭔가를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