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1일 일요일

동문회 후기...

오랜만에 고등학교 및 대학 선배들과 만나게 되었다.

당연히 내가 가장 막내... 또 당연히(?) 나 빼곤 모두 임상의사... (내과3 + 가정의학1)


삶에 여유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제적인 것에 그다지 휘둘리지 않고, 시간에도 많이 구애받지 않는 듯한 모습... 그리고 진정한 전문직의 모습도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아주 반가웠던 것은 사실... 하지만 내 자신이 때론 너무 작게 느껴졌다. 이제 그들과 이야기를 해도 공통의 화제를 찾기 힘드니...


기초를 택한 것도 내가 한 것이고, 주위의 만류를 뿌리친 것도 내가 한 것이라는 것 빼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과연 그들을 부러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이름처럼 '씁쓸한' 하루였다.


사실 한 번도 내 아버지가 부자가 아님을 아쉬운 적은 없었다. 또한 내가 기초의학을 선택한 것도, 보낸 시간도 후회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자신보다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내가 임상을 전공해서 훨씬 많은 월급을 받는다면, 내 아내는 애들을 두고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아이들도 엄마와 늘 같이 있을 수 있을 것이며, 앞으로 소위 말하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도 손주들 돌보시느라 고생을 하지 않으셔도 되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내가 너무 불행해 질 것 같다.


과연 나는 이 길을 가면서 성공할 수 있을까?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는 점은 잘 알지만, 내가 우리 선생님처럼 잘 할 수 있을지 늘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정말 이 시간에도 삶의 무게에 힘들어 하는 분들을 생각할 때, 또 나보다 훨씬 능력이 있지만,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에 처한 수많은 전세계의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나는 매우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등..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도 분명 나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들의 희생 아닌 희생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은 내가 정말 열심히 해 '성공'이란 것을 해서 그들에게 그 열매를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비록 그들이 직접적으로 나에게 해 준것은 없다지만, 그들이 희생한 기회비용으로 내가 이만큼 온 것이 아닐까?


닥치고 열중해서 죽을 힘을 다해서 뭔가를 해야한다.

2010년 3월 12일 금요일

스티브 잡스 재산이 왜 궁금할까요?

 며칠 전,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 거부 랭킹이 발표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를 보고, 빌 게이츠가 2위로 밀려났다는 둥, 우리나라는 몇명이 들었다, 또 연봉이 1달러인 스티브 잡스는 몇위에 들었다더라 하는 뉴스가 연일 올라오고 있다.

 과연 그들이 얼마를 가지고 있는 것이 나와 같은 서민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어차피 그들의 재산의 규모는 우리 같은 사람이 평생 로또 1등 몇번 되더라도 근처에도 가기 어려운 것인데, 그것을 우리 같은 민초들에게 과대 포장하여 광고해 줄 필요가 있을까?

 '부'라는 것이 성공의 절대 척도가 아님은 누구나 강조한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부자'가 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가르친다. 하지만 '부자' 랭킹을 한 번 보도하는 것도 부족해서 몇번이나 우리고 우려서 보도하는 속은 정말이지 알 수 없다. 그렇게 보도하는 이면에는 가지고 있는 돈의 절대적인 양이 성공의 척도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사람의 삶에서 '먹고 사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절대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속된 말로 해서 이건희 회장은 돈이 많으니 하루에 다섯끼를 먹고, 우리는 돈이 없으니 겨우 세끼 밖에 못먹는다는 아니지 않는가. 또한 이건희 회장도 세끼를 먹지만, 우리와는 먹는 것 자체가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래봤자 어차피 세끼는 세끼인 것이다.

 어제 입적하신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더더욱 생각나는 뉴스다.

 스티브 잡스는 정말 젊었을 적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던져서 부를 창출했고, 이는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들이 지금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 올바른 길만 걸어왔다고는 할 수 없다. 실수도 했을 것이고, 다른 사람 마음에 못박는 짓도 무던히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이유는 그들의 부의 창출이 정당한 노력의 댓가라는 것에 대다수의 사람이 동의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부자 관련 뉴스가 계속 머릿기사가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부자들은 정당한 노력이라기 보다 뭔가 편법이나 불법에 의존하여 돈을 벌었기 때문인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부자가 되기 어려워서일까?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우리나라는 '차별 사회'라고 했다 한다. 그 '차별'의 기준이 사람의 능력이나 삶의 자세에 따른 차별이 아닌 단순히 가지고 있는 것, 알고 있는 것, 정치적 입장에 대한 차별이 아니길 바란다.

 해마다 나오는 '부자 랭킹'이 단순히 뉴스의 한 코너만을 차지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경제 신문이라면 모르겠지만, 종합일간지에서까지 이렇게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2010년 3월 10일 수요일

눈이 오는 연구실에서...

3월인데, 눈이 온다.
꽤 많이 온다.

이제 바깥 세상으로 나갈 날이 한달여 밖에 남질 않았는데...
나가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꼭 무슨 재소자 같이 말하네...)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아침이다.

남편이 항상 곁에 없어도 씩씩하게 잘 버텨준 사랑하는 아내도 고맙고,
아빠를 주말에만 만날 수 있지만 잘 커준 아이들도 고맙고,
부족한 아들을 두신 탓에 손녀들 키우시느라 고생하시는 부모님께도 고맙고,
못난 사위 때문에 남 몰래 속 끓이시고 계시는 장인, 장모님께도 고맙고,
능력이 미천하고 게으른 제자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시고 계속 애정으로 살펴 주시는 선생님께도 고맙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인가보다.
이 분들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나를 사랑해 주고 지켜봐 주고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