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렇게 지나갔다. 논문도 안되고, 연구비만 따 놓은채... 그런데 또 연구계획서를 쓰라고 한다. 연구실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그래도 열심히 산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텍스트도 많이 읽지 않고, 논문도 많이 읽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일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어이 없는 이유로 국내의 생물무기 전문가가 되어버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법률이란 것을 공부했다. 만족할 수는 없지만 '연구비'라는 것을 따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해 보았고, 나와 내 가족들에게 밥값을 주는 곳을 위해서 뭔가를 해 보려고 서울도 무지 왔다갔다 했다.
우리 다인이가 봄에 폐렴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두아이 모두 크게 아픈 곳 없이 잘 지나갔다. 마누라도 고지식하고 무능한 남편을 아주 잘 받아 주었다. 부모님도 이제는 쉬실 때이지만 못난 아들 때문에 쉬시지도 못하고 너무나도 훌륭하게 손녀들을 봐 주셨다. 처갓집 부모님도 크게 편찮으신 곳 없이 잘 계셔 주었다.
새 노트북도 샀다. 작년에 큰맘먹고 구입한 powerbook G4를 떠나보내긴 했지만, 지금 사용하는 macbook air는 특유의 아름다움과 고성능으로 나를 만족시켜 준다. 출장 다닐 때, 너무 좋다. 가볍고, 빠르고, 멋지기까지...
근데 로또 대박은 아직이다. 언제쯤 100억 대박이 터질까? ☺
그리고 너무 많이 질렀다. iMac G4, G5, 그리고 각종 자질구레한 기계들... 이거 아꼈으면 macbook air를 신형인 2세대 것으로 샀을 수도 있었을까?
아직 논문이 안되었다. 남들은 쉽게 잘 되던데... 이제 진짜 deal을 해야 하나?
교수님들께 너무 인사를 안 드렸다. 못 드렸다고 하고 싶지만 안 드린 것이 사실 아니더냐? 이렇게 나쁜 제자가 되다니...
공부를 너무 안했다. 책이랑 논문은 쌓아놓고, 왜 공부를 안할까? 머리 속이 점점 비워지는 듯 하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 나는 고작 서른 셋이다. 나는 서른 셋의 애가 둘인, 예쁘고 착한 아내가 있는 정광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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